안녕하세요. 귀차니즘 그 미학의 아린 입니다. 오늘은 퇴근길 늘 스쳐만 가던 포장마차 한 곳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일본식 꼬치와 우동을 전문으로 하는 엔가와 라는 포장마차 인데요. 시장 한켠에 사람 너댓명만 앉을 수 있는 작은 포장마차입니다.
지나가다 입이 심심해서 마눌님과 함께 앉았던 그 포장마차에서의 작은 추억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이 글을 적어 봅니다. 사장님의 따뜻함, 그리고 함께 앉아 술을 건내고 마시던 사람들과의 정이 있어 더 소중했던 그곳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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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가와는 신천의 새마을시장 한켠에 아주 작게 만들어진 포장마차 입니다. 못보고 지나칠 수 있는 정말 작은 포장마차 이지요.
그나마 이 작은 등 하나가 있어 음식점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이곳의 주 메뉴는 보시다 시피 몇가지 꼬치와 우동, 몇 안되는 주류가 다 입니다. 단촐하죠?
えんがわ (縁側)
[명사]
1. 마루. 또는 툇마루. (동의어)縁えん.
2. 물고기의 지느러미 기부(基部)에 있는 뼈. 또는 그 부분의 살
엔가와는 위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페북 이웃님들 말로는 스시, 혹은 사시미집에서 쓰는 말이라고 하는데... 저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습니다. ^^;;
지글지글 익어가는 꼬치를 보니 군침이 흘러 앉았던 저희. 판매되는 꼬치류를 하나씩 다 주문해 봅니다.
하나뿐인 가스 그릴 위에 주인 아주머니는 묵묵하게 꼬치를 하나하나 구워주십니다. 지글지글 타들어가는 그 소리가 어찌나 정겹던지요...
아주머니는 꼬치를 구으시고 백발이 성한 아저씨 역시도 묵묵히 꼬치 작대기에 이것저것 끼우십니다.
우리가 앉아 있고 이내 다른분이 앉으셨는데요. 역시 나이가 있으신 분이라 그런지 사장님과 말을 잘 섞으시더라구요. 그러다가 대화 도중에 사장님이 일본분이라는걸 알게 되었지요. 아주머니는 한국 분이신데 해방이후 사장님을 만나 결혼하셨던 사이라네요.
그 손님 역시도 백발이 성한 나이의 어르신이었는데요. 사장님이 일본분이라는것을 알고는 이내 능숙하게 일본어를 막힘없이 현지인처럼 술술 내뱉으시더라구요.
"우리때는 일본어를 쓰고 말하기 위해서 배운게 아니야. 살기위해서 익혀야 했었지. 그 상황이 닥쳐보면 알게돼. 살기위해서 일본어를 익혀야 했고, 또 살기위해서 영어를 익혀야 했지. 당장 이걸 내가 익히지 못하면 죽는다고 생각해봐? 이 세상에 뭐든 이게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해봐. 어렵네, 힘드네 그런 투정을 부릴 틈이 없어. 하기 싫어도 살려면 해야 되는거니까."
허름해 보이는 그분의 겉모습과는 다르게 무려 4개국어를 능숙하게 하시는 상당히 인텔리한 분이셨습니다. 간만에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손님을 만나서였을까요? 묵묵하게 꼬치를 꿰던 사장님은 얼굴이 활짝 핀체로 미소가 가실 줄 모르게 손님과 대화를 하시고. 알아듣질 못하는 저희는 아주머니와 손님이 간간히 중간에서 이런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해석과 본인의 생각들을 섞어 알려주시고 저희 역시 시간 가는줄 모르고 그 이야기에 빠져 들었습니다.
저희가 주문한 꼬치가 나왔네요. 참 먹음직 스럽죠? 아마 저 위의 가루는 시치미가 아니었을까 생각되네요. 꼬치 맛이 어땠을것 같으세요? 맛있었을까요?
정~~~말 맛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먹은 어느 고급 이자카야에서 먹어본 꼬치보다 훨씬 맛있었답니다. 물론 다르게 말씀 드리자면 이 꼬치는 정말 평범한 맛입니다. 그저 고기를 꿰고 불에 구워 양념가루 조금 뿌려 먹는 정도에 지나지 않죠. 하지만 여러분, 이런곳은 맛으로 먹는게 아니에요.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 아무것도 아닌 꼬치에 웃음이 섞이고 정이 섞이고, 이야기가 섞이면 이건 이미 맛을 논함에서 제외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그 맛은 너무나 맛있어 잊지못할 추억이 되어 버리죠.
먹음직 스러워 보이시나요? ^^ 떡꼬치가 참 맛나더군요.
이야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느새 꼬치는 떨어지고 그때마다 아주머니께서 은행을 조금씩 구워 이야기라는 술을 마시는 우리에게 작은 안줏거리를 제공해 주시더군요.
원래는 이곳이 우동 전문집 이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우동을 안 먹어 볼 수가 없지요.
사장님의 특제 소스로 만들어진 우동입니다. 면은 그냥 시중에 파는 사누끼면 같습니다.
역시나 시치미 가루가 뿌려진것 처럼 보이네요.
제가 좀 이때 기분이 좋아서 이 우동맛이 너무나 좋았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제 소스라는건... 아마도 조미료가 좀 들어가지 않았을까 생각은 됩니다만... ^^;; 국물 맛이 참 좋았답니다. 추운 겨울 밤 제 몸을 녹일 정도로는 충분하리 만치 따뜻하고 좋은 맛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곳은 굉장한 맛집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 너댓명 겨우 앉을 수 있었던 저 작은 자리에는 정이 있었고, 이야기가 있었으며 60넘은 노부부의 손님을 향한 배려와 따뜻함이 깃든 곳이었습니다.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저 포장마차에서 영업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져서 얼마 멀지 않은곳에 매장을 여신다고 합니다. 매장으로 옮기기 전에 한 번 더 이곳 전봇대 옆의 포장마차에서 그 날 저녁의 맛을 느껴보고 싶네요.
여러분도 이곳 엔가와에서 꼬치에 술 한잔 걸치며 웃음꽃 피우고 싶지 않으세요? ^^ 일본식 꼬치와 우동이 있는 엔가와 였습니다.
추천 꾸욱~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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